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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생활 건강 정보

피부과 전문의처럼 상처 치료하기 – 흉터 예방의 모든 것

by carlos del tor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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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 속에서 상처를 자주 경험한다. 단순한 찰과상부터 날카로운 물체에 의한 절상까지, 상처의 유형은 다양하지만 그 결과로 남는 ‘흉터’에 대한 걱정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이다. 상처는 결국 아물기 마련이지만, 그 자리에 남는 흔적은 때때로 우리의 자신감을 깎고,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흉터는 왜 생기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예방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피부 손상 이후의 생리적 반응, 항생제 연고의 역할, 그리고 최근 의학계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은 ‘습윤 치료’의 원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1. 흉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피부의 방어와 재생 사이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이자, 외부 환경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상처가 발생하면 이 방어막이 찢기게 되고, 우리 몸은 곧바로 손상 부위를 복구하려는 복잡한 생리적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

상처 치유는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된다: 지혈, 염증, 증식, 재형성. 지혈 단계에서 피가 응고되고, 염증 반응을 통해 면역세포들이 침입한 세균을 제거한다. 이어서 섬유아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콜라겐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상피세포가 손상 부위를 덮으며 조직이 재형성된다. 문제는 이 콜라겐 생성 과정에서 발생한다. 일정하고 균일하게 조직이 재편되면 흉터가 거의 남지 않지만, 염증이나 감염, 혹은 반복적인 자극 등으로 치유 과정이 왜곡되면 콜라겐이 무질서하게 침착되어 피부 표면이 불규칙해진다. 그 결과, 우리가 흔히 말하는 ‘울퉁불퉁한 흉터’가 형성된다.

특히 상처가 건조한 상태에서 치유될 경우, 딱지가 형성되는데 이는 또 다른 흉터의 원인이 된다. 딱지는 손상 부위를 일시적으로 보호하지만, 그 아래에서 자라는 새로운 피부 세포의 이동을 방해한다. 세포가 수직이 아닌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게 되면, 조직이 고르게 재생되지 않고 흉터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또한 딱지가 떨어질 때 생기는 자극은 상처 회복을 지연시키고, 2차 손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


2. 감염 예방은 흉터 예방의 출발점

흉터를 예방하려면 우선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처 부위가 세균에 노출되면 염증이 심화되고, 치유 과정이 왜곡되며, 결과적으로 더 넓고 깊은 흉터가 생긴다. 이를 막기 위해 항생제 연고의 사용은 매우 효과적인 초기 대응책이 된다.

● 후시딘 (Fucidin)

주성분인 **퓨시드산(fusidic acid)**은 그람양성균, 특히 포도상구균에 강력한 항균 효과를 보인다. 피부에 가볍게 도포할 수 있어 찰과상이나 경미한 상처에 자주 사용된다.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여 감염 확산을 막는다.

● 에스로반 (Esroban)

**무피로신(mupirocin)**이 주성분이며, 광범위한 항균 스펙트럼을 가진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예: MRSA)에도 효과가 있어 병원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상처 감염 초기나, 농이 생긴 경우 매우 유용하다.

● 마데카솔 네오 (Madecassol Neo)

기존 마데카솔에 **네오마이신(Neomycin)**이라는 항생제가 추가된 형태다. 네오마이신은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 항생제로 그람음성균 및 일부 그람양성균에 효과가 있다. 여기에 병풀 유래 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이 피부 재생을 촉진해, 항균과 조직 회복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네오마이신은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어 민감한 피부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고들은 각각의 세균 종류 및 상처 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며, 감염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반드시 항생제 연고를 먼저 바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흉터 없는 회복을 위한 핵심: 습윤 환경

현대 의학에서 상처 치료의 패러다임은 ‘말리는 것’에서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습윤 치료는 상처 부위의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상피세포와 섬유아세포의 활발한 이동을 돕고, 치유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습윤 상태에서는 염증 매개물질의 농도가 적절히 유지되며, 딱지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세포들이 방해 없이 고르게 배열되어 자랄 수 있다. 이로 인해 흉터가 형성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또한, 수분이 유지됨으로써 가려움, 따가움 등의 자극을 최소화할 수 있어 2차 손상도 방지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개발된 습윤 밴드는 상처 부위에 부착하여 외부 세균의 침투를 차단하고, 내부의 수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제품에 따라 하이드로콜로이드, 하이드로겔, 폼 드레싱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며, 상처의 깊이나 분비물 양에 따라 적절한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결론

상처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흉터는 관리의 결과다. 단순히 ‘잘 낫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낫는가’가 관건이다. 흉터 없는 회복을 위해서는 첫째, 감염을 철저히 예방하고 둘째, 상처를 촉촉한 환경에서 보호하며 셋째, 피부 재생을 돕는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지식이, 피부에 남는 흔적을 결정짓는다. 상처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을 알고 있다면, 더 이상 흉터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예방 가능한 결과이며, 피부가 다시 건강하게 회복되는 아름다운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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