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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만트라코인 대폭락

by carlos del tor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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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한 번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만트라(MANTRA)’라는 이름의 코인이 단 하루 만에 90% 이상 폭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의 자산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단순한 가격 하락이나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를 넘어, 탈중앙화 금융이란 구조 자체의 취약성과 그 이면의 위험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특히 만트라가 내세웠던 ‘실물 자산의 토큰화’라는 개념은, 그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신뢰라는 가장 본질적인 기반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만트라 코인은 전통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접근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그 핵심은 탈중앙화 금융(DeFi: Decentralized Finance)에 있다. 탈중앙화 금융이란 이름 그대로,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앙 기관 없이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 기술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사용자는 누구나 지갑 하나만으로 대출을 받고, 자산을 예치하며, 심지어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낮은 수수료, 빠른 거래 속도, 투명한 운영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특히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으로 전환하는 ‘RWA(Tokenization of Real World Assets)’ 모델은 기존의 금융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만트라는 바로 이 RWA 모델을 기반으로 부동산, 채권, 예금과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 옮기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웹3 생태계와 협업하며 실체 있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은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창립자인 존 패트릭 멀린(John Patrick Mullin)은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양쪽에 걸친 경험을 무기로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자신이 보유한 토큰 할당까지도 공개하며 투명한 운영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부 구조의 불안정성과 집중된 자산 소유는 결국 위기의 씨앗이 되었다.

2025년 4월 13일, 만트라의 토큰 OM은 불과 몇 시간 만에 약 $6.30에서 $0.50 아래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약 8조 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시장은 충격에 빠졌고, 루나·테라 사태 이후 가장 큰 붕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 폭락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었다. 일부는 거래소 유동성이 극도로 낮은 시점에 대규모의 강제 청산이 발생하며 가격이 급락했다고 설명했고, 또 다른 일부는 만트라 팀이 전체 토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내부자 매도, 즉 ‘러그풀(rug pull)’을 의심했다. 이와 같은 의혹은 비록 공식적으로 부인되었지만, 시장이 받은 충격과 신뢰 상실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깊었다.

결국 이 사건은 한 코인의 실패를 넘어 탈중앙화 금융이 내포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DeFi는 이상적으로는 누구나 자유롭게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제시하지만, 그 구조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거나 투명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만트라는 탈중앙화를 외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된 채 운영되었고, 이는 탈중앙화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중앙집중화의 민낯이었다.

창립자 멀린은 폭락 이후 자신의 OM 토큰을 소각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하며 신뢰 회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은 냉담하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신뢰는 단순한 말이나 상징적인 조치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구조의 투명성, 권력의 분산, 그리고 사용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관된 실천으로만 얻을 수 있다. 탈중앙화 금융이 진정한 금융 혁신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적 정교함뿐 아니라 윤리적 책임과 운영적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만트라의 붕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 그것은 탈중앙화 금융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 시험대였고, 앞으로 이 시장이 성숙해지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과정이었다. 혁신은 언제나 실패를 동반하며, 그 실패를 어떻게 분석하고 교훈 삼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의 진보가 가능해진다.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가르침은 이것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기술도, 그것이 신뢰 없이 운영될 때, 시장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 결국, 기술 위에 구축된 신뢰야말로 진정한 탈중앙화 금융의 기초임을 우리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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