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전기차 산업에 있어 역사적인 전환점이었다. 이제 전기차는 더 이상 친환경의 상징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인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과거 몇몇 기술 선도 기업의 독주 구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뿐 아니라 지역 기반 제조사들까지 경쟁에 뛰어들며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판매량의 증가를 넘어, 수익 구조와 배터리 공급망, 기술 트렌드까지 전방위적인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판매량에서 나타난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1,40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되었다. 이는 전체 자동차 판매의 약 18%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러한 성장의 중심에는 중국의 BYD가 있다. BYD는 2024년 총 384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3.6%의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22%를 차지하는 수치로, 전통적인 선도 기업 테슬라를 앞서는 결과였다. 테슬라는 192만 대를 판매하며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률과 점유율 모두 BYD에 추월당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도 눈에 띄는 반등을 보여줬다. GM은 2024년 전기차 판매에서 9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점유율 11%를 확보했다. 특히 혼다 및 아큐라와의 협력을 포함할 경우 이 수치는 16%까지 올라간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 그룹 등이 지속적인 신차 출시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과 중국 시장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맞추고 있다.
국가별 판매량으로는 중국의 독주가 뚜렷하다. 중국은 2024년 전기차 판매량 1,100만 대를 기록하며 전 세계 시장 성장의 80% 이상을 견인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인프라 투자, 지방정부의 구매 인센티브, 배터리 공급망의 내재화 전략 등이 주요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2월 기준으로 월간 19만 대가 판매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8.8% 증가한 수치다. 유럽은 같은 달 31만 대가 팔리며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은 총 785.6GWh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의 CATL은 36.8%의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지켰으며, BYD는 17.1%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은 13.6%, 삼성SDI는 5.4%, SK온은 5.2%를 기록하며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점유율을 유지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배터리 가격에서도 나타난다. 2024년 평균 배터리 팩 가격은 kWh당 $115로, 2023년에 비해 약 20% 하락했다. 이는 배터리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함께 제조 공정의 효율화, 생산 규모 확대에 따른 단가 하락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전기차의 제조 원가를 낮추어 차량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향후 내연기관 차량과의 가격 차이를 해소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고속 충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영국의 스타트업 Nyobolt는 10%에서 80%까지 단 5분 만에 충전 가능한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상용화는 충전 시간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해소하고, 전기차 대중화에 있어 중요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배터리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부터 더욱 엄격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품질 기준 재정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024년 전기차 산업은 양적 성장과 질적 전환을 동시에 경험했다. BYD의 약진, 테슬라의 정체, GM과 유럽 브랜드의 반등, 그리고 배터리 시장의 재편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구조적 변화의 징후로 해석된다. 배터리 가격 하락과 고속 충전 기술의 발전은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할 것이며, 각국 정부의 규제와 지원 정책은 이 변화의 방향을 결정짓는 또 다른 축이 될 것이다.
결국 이 산업은 단순한 '자동차 시장'의 변화가 아닌, 에너지 전환과 기술 산업의 중심축을 이루는 거대한 패러다임 이동을 상징한다. 앞으로의 5년은 전기차가 ‘선택’이 아닌 ‘기본’이 되는 시대의 서막이 될 것이다. 이 거대한 물결 속에서 누가 중심을 차지하고, 누가 밀려나게 될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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