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공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 :데이터를 꿰뚫는 보이지 않는 권력

by carlos del tor 2025. 4. 17.
반응형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Palantir Technologies)는 흔히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 불린다. 그들의 제품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이면에서 국가의 안보를 지키고 기업의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회사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 회사가 아니다. 데이터를 통해 ‘의미’를 추출하고, 그 의미를 통해 ‘결정’을 돕는, 정보의 시대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영역을 맡고 있는 존재이다.

팔란티어는 2003년,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했다. 설립자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피터 틸이다. 그는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후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팔란티어에서 실질적인 얼굴이자 리더는 알렉스 카프(Alex Karp)다. 독일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카프는 철학적 사고를 기술 경영에 접목시킨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항상 프라이버시와 자유, 국가 안보의 균형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회사를 이끌어왔다. 그의 특유의 비주류적 사고방식은 팔란티어의 기업 문화에도 깊이 녹아 있다.

팔란티어의 이름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팔란티리(Palantíri)"에서 따왔다.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는 마법의 구슬에서 착안한 이름답게, 이 회사의 목표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데이터 분석'이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두 가지 핵심 제품으로 세상을 분석한다. 하나는 ‘Gotham’, 다른 하나는 ‘Foundry’다. Gotham은 정부, 특히 국방과 정보기관을 위한 플랫폼이다. 미군, CIA, FBI, 국토안보부 같은 기관들이 테러를 추적하고, 사이버 위협을 분석하고, 군사 전략을 수립할 때 이 플랫폼을 활용한다. 9.11 테러 이후 탄생한 이 소프트웨어는 실시간 데이터 통합과 패턴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적'을 추적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반면, Foundry는 기업을 위한 도구다. 대형 제조업체, 에너지 회사, 제약회사, 심지어 병원과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민간 조직들이 Foundry를 통해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자동화한다.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단순히 저장하거나 시각화하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의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기존 IT 시스템과 통합되어, 조직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직결되는 실행 가능한 분석을 제공한다. 예컨대 공급망 관리, 임상 시험 최적화, 부정 행위 탐지 등 그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의 융합을 통해, 팔란티어는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Palantir AIP’라 불리는 새로운 플랫폼은 자연어로 명령을 주고받으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을 예측하고, 조치를 제안하는 AI 기반 시스템이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는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작전 지휘를 지원하는 AI 툴로 발전하고 있다. 이 기술은 NATO, 미군, 동유럽 국가들과의 계약에서 핵심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술적으로 앞선 기업의 재무 상태는 어떠할까. 2024년 팔란티어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28억 7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의 매출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19억 달러이며, 특히 미국 내 민간 부문 매출은 54% 증가한 7억 2백만 달러에 달한다. 영업이익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장기간 적자에 시달리던 이 회사는 이제 분기마다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팔란티어가 단순한 정부 의존적 기업에서 벗어나,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가 역시 이러한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2025년 4월 현재 팔란티어의 주가는 92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초 대비 22% 상승했다. 2월 NATO와의 인공지능 계약 체결 이후 124달러까지 상승했으나, 미국 국방 예산 삭감 우려로 다소 조정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Wedbush, Morgan Stanley 등 주요 투자기관은 여전히 이 회사를 ‘강력 매수’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향후 주가가 120~130달러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며, 수익성 중심의 구조 개선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팔란티어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일종의 ‘디지털 정보기관’이자 ‘데이터 기반 전략본부’라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기술은 아직도 많은 부분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으며, 향후 국방, 보건, 산업 자동화, AI 전쟁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동시에 높은 주가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 수익성 간의 간극, 정부 예산에 대한 의존도, 프라이버시 및 윤리 문제 등은 지속적으로 팔란티어를 둘러싼 주요 이슈로 남을 것이다. 결국 이 회사에 대한 평가는 단순한 실적이 아니라, ‘데이터로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철학적·기술적 응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응답의 선두에 팔란티어가 서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