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은 임기 초기부터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외치며,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부터 그 약속을 현실화하기 위한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펼쳐진 관세 정책은 단순한 경제 조치를 넘어, 국제 질서와 외교 지형까지 바꿔놓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2018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해 첫 번째 본격적인 관세를 부과했다. 이 조치는 명확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 태양광 패널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수입 제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며 본격적인 무역 규제의 서막을 열었다.
그해 3월, 보다 파괴적인 조치가 이어졌다. 트럼프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에는 25%, 알루미늄에는 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 유럽연합, 한국 등 주요 동맹국들도 포함되는 조치였기에 국제적인 충격이 컸다. 이때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단순한 협상 전술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 기조임을 인식하게 된다.
6월과 7월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 총 500억 달러 규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본격적인 충돌 국면에 들어섰다. 6월에는 340억 달러 상당의 제품에 먼저 관세가 적용되었고, 7월에는 나머지 160억 달러가 뒤따랐다. 이에 맞서 중국도 동등한 규모로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콩, 자동차, 석유제품 등이 중국의 타깃이 되었고, 이는 곧 미국 농민과 중서부 제조업체들에 큰 타격을 주었다.
9월에는 관세의 범위가 훨씬 더 확장되었다.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며, 이 관세율은 2019년 1월부터 25%로 인상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이 조치에는 소비재와 전자제품, 화학제품, 플라스틱 등 광범위한 품목들이 포함되었고, 이는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도 이에 대응하여 약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때부터 세계 시장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공급망을 조정해야 했고, 글로벌 제조업은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를 미루기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비판했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역시 트럼프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2019년 들어서도 긴장은 계속되었다. 5월에는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의 10%에서 25%로 인상하며 협상이 결렬되었음을 선언했다. 이어 8월에는 나머지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 약 3,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서도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관세는 일부는 9월부터, 일부는 12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으며, 스마트폰, 노트북, 장난감 등 일반 소비재까지 포함되었다.
이러한 무역 전쟁 속에서 처음으로 “트럼프 풋(Trump Put)”이라는 개념이 시장에 등장한 시점은 2018년 말이었다. 연말로 가며 S&P 500은 20% 가까이 하락했고,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4% 이상의 조정을 받았다. 트럼프는 이 하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연준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동시에 그는 중국과의 협상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고, 2018년 12월 말에는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 통화를 통해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시점이 바로 트럼프 풋의 첫 발현이다. 시장이 하락하자 정책적 완화를 통해 시장을 부양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2019년 중반 이후부터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재개되었고, 2020년 1월에는 마침내 1단계 무역 합의가 체결되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며, 위안화 절하를 억제하겠다고 약속했고, 미국은 일부 관세 부과를 철회하거나 인하했다. 시장은 이 합의에 환호했고, S&P 500과 나스닥은 2020년 초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은 미국 내 제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실행되었지만, 그 효과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일부 산업은 보호받았지만, 소비자와 농업계는 큰 피해를 입었고, 글로벌 공급망은 심각하게 왜곡되었다. 동시에 시장은 트럼프라는 변수에 점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고, “트럼프 풋”이라는 개념은 그의 정책적 유연성과 동시에 시장 지지 의지를 상징하는 말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는 언제든 시장이 흔들릴 경우, 자신의 말 한마디와 정책 조정으로 시장을 되살릴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트럼프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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