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l in May and go away.” 단지 운율 좋은 문장이 아니다. 이 문구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아 왔고, 지금도 많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계절 전략의 대표 격언이다. 단순히 5월에 주식을 팔고 여름 동안 시장을 떠나라는 권유 같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년간의 통계적 근거와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 패턴이 녹아 있다. 이 글에서는 ‘Sell in May’의 역사적 유래와 통계적 배경은 물론, 실제 이를 활용한 투자 전략과 여름철 약세장을 대비한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성까지 모두 살펴보고자 한다.
‘Sell in May’는 19세기 런던 금융가에서 시작된 문구로 알려져 있다. 당시 상류층 투자자들은 여름이면 런던을 떠나 휴양지로 이동했고, 이로 인해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시장이 조용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거래량이 적어지면 가격은 더 쉽게 움직이고, 이는 곧 불안정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계절적 경향은 미국 시장에서도 관측되었고, 지금은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널리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S&P 500 지수를 기준으로 1950년부터 2023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11월부터 4월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약 6.9%에 이르는 반면, 5월부터 10월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고작 1.7%에 불과했다. 특히 월별 수익률을 보면 11월(1.5%), 12월(1.6%), 4월(1.5%) 등은 일관된 강세를 보이는 반면, 6월(−0.1%), 8월(0.2%), 9월(−0.7%)은 뚜렷한 약세 경향이 드러난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기업 실적 공백기, 여름철 낮은 거래량, 불확실한 정책 환경 등 여러 요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실제 투자 전략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계절 회전 전략(Seasonal Rotation Strategy)’이다. 투자자는 11월부터 4월까지는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리스크를 줄이며 다른 자산군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1월에 S&P 500 ETF(SPY)를 매수하고 4월 말에 매도한 후, 5월부터는 단기 채권 ETF(BIL), 고배당 ETF(HDV), 또는 머니마켓펀드로 자산을 옮겨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Yale Hirsch가 개발한 ‘Six-Month Switching Strategy’를 바탕으로 한 백테스트 결과에서도, 이런 전략은 장기적으로 일반적인 시장 투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변동성 역시 낮았다.
하지만 아무리 과거 데이터가 유효하다고 해도 시장은 매년 다르고, 예외적인 경우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5월 이후의 시장을 무작정 회피하기보다는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대비하는 것이 보다 실용적이다. 여름철 약세장을 대비한 포트폴리오 구성은 ‘섹터 전략’과 ‘자산 다변화’의 조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성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필수소비재(VDC), 유틸리티(XLU), 헬스케어(VHT) 같은 경기 방어 섹터 ETF로 비중을 조절하고, 동시에 금(GLD), 단기 국채(SHV), 고배당 ETF(VYM) 등도 함께 편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S&P 500이 여름철에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트폴리오 내에서 성장주(특히 기술주) 비중을 줄이고, Vanguard Consumer Staples ETF(VDC), Utilities Select Sector SPDR(XLU) 같은 방어 ETF를 편입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다. 또한, 금 가격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SPDR Gold Shares(GLD) 와 같은 금 ETF 역시 자주 활용된다.
여기에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는 현금 비중을 20~3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방법이 된다.
이러한 방어적 자산들은 여름철처럼 정보 공백이 큰 시기, 또는 정책 불확실성이 클 때 비교적 안정된 수익을 제공하며, 심리적으로도 투자자의 불안을 줄여준다. 특히 금은 역사적으로 주식 시장 조정기마다 회피 수단으로 선택된 자산이며, 단기 국채 ETF는 금리 변동성이 클 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Sell in May’는 단순히 떠나라거나 회피하라는 조언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 시장의 계절적 흐름에 대한 통찰이자, 투자자가 보다 전략적으로 자산을 배분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신호다. 격언을 맹신하는 대신, 시장 환경과 거시경제 요인을 고려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 투자자는 이 격언을 통계와 전략으로 변환함으로써, 더욱 예측 가능한 투자 여정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계절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투자자만이, 한 해의 투자라는 거대한 항해에서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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