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광물의 흐름 위에서 움직인다. 스마트폰의 화면, 전기차의 모터, 풍력 터빈의 날개—이 모든 첨단 기술의 심장에는 희토류라는 이름의 광물이 박동한다. 희토류는 이름처럼 드물고 귀한 자원으로, 현대 산업의 필수 요소다. 그러나 이 자원의 70% 이상을 쥐고 있는 중국이 최근 수출제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파문이 일고 있다. 2025년 4월, 중국은 7종의 희토류와 자석의 수출을 중단하며 세계를 긴장시켰다. 이 글에서는 중국의 희토류가 무엇인지, 어떤 산업에서 빛을 발하는지, 수출제한이 가져올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중국이 어떻게 이 자원의 최대 생산국이 되었는지, 특히 그 채굴 방식을 데이터와 함께 깊이 탐구한다.
희토류는 스칸듐(Sc), 이트륨(Y), 그리고 란타넘(La)에서 루테튬(Lu)까지 17개 원소로 구성된 광물군이다. 이들은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열전도성이 뛰어나며, 자성을 강화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어, 네오디뮴(Nd)과 디스프로슘(Dy)은 전기차와 풍력 터빈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의 주재료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의 90% 이상이 네오디뮴 기반 자석을 사용한다. 가돌리늄(Gd)은 MRI 스캐너의 선명도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며, GE헬스케어 같은 기업은 매출의 46%를 MRI 관련 사업에서 얻는다. 유로퓸(Eu)과 테르븀(Tb)은 스마트폰과 LED 조명의 형광체로 색을 선명하게 만든다. 군사 산업에서도 희토류는 빠질 수 없다. 레이더, 미사일 유도 시스템, 야간 투시경은 사마륨(Sm)과 이트륨의 정밀한 특성에 의존한다. 2022년 중국의 희토류 소비 구조를 보면, 영구자석이 41%, 합금·기계 13%, 반도체 9%로, 이 자원이 신재생에너지와 디지털 경제의 근간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자 글로벌 산업계는 즉각적인 충격에 빠졌다. 2025년 4월 4일, 중국은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7종의 희토류와 자석의 대미 수출을 중단했다. 이는 미국의 고율 관세(최대 145%)에 대한 보복 조치로, 2023년부터 이어진 갈륨, 게르마늄, 흑연 수출제한의 연장선이다. 이 조치의 파장은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선다. 첫째, 공급망의 붕괴다. 미국은 희토류 수입의 75%를 중국에 의존하며, 단일 광산(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만 운영 중이다. 유럽연합은 98%를 중국에서 수입한다. 한국 역시 희토류 영구자석 수입의 12.2%를 중국에 기대고 있다. 둘째, 생산 비용의 급등이다. 희토류 가격은 2023년 이미 20% 상승했으며, 수출제한으로 전기차 생산 원가가 10~15% 늘어날 전망이다. 셋째, 기술 개발의 지연이다. 반도체, 배터리, 재생에너지 기술은 희토류 없이는 한계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테슬라의 모터 생산은 네오디뮴 공급 부족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넷째, 지정학적 긴장이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는 미국, EU, 일본과의 무역 갈등을 심화시키며, 글로벌 산업 지형을 재편할 가능성을 낳는다. 장기적으로는 대체 소재(페라이트) 연구와 재활용 기술이 가속화될 수 있지만, 단기적 혼란은 피하기 어렵다.
왜 중국은 희토류의 최대 생산국이 되었을까? 2023년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부존량은 1억 1,582만 톤이며, 중국은 4,400만 톤(38%)으로 1위를 차지한다. 베트남(2,200만 톤), 브라질(2,100만 톤)이 뒤를 잇지만, 생산량은 중국이 압도적이다. 2023년 전 세계 생산량 35만 톤 중 중국은 24만 톤(68%)을 담당했다. 이는 단순히 매장량 때문이 아니다. 중국의 지배력은 전략적 투자, 느슨한 규제, 그리고 완성된 산업망에서 비롯된다. 1972년, 쉬광쉔(Xu Guangxian) 교수의 연구로 희토류 분리 기술이 발전하며 중국은 산업의 토대를 닦았다. 1980년대부터 정부는 채굴과 가공에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했고, 2000년대에는 북방희토와 중국희토그룹 같은 국유기업을 통해 시장을 장악했다. 서방 국가들이 환경 규제로 희토류 생산을 줄이는 동안,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했다.
희토류 채굴 방식은 중국의 성공과 문제의 양면을 드러낸다. 중국은 주로 바오터우(내륙 몽골)와 장시성의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한다. 채굴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노천 채굴(open-pit mining)이다. 바오터우의 바이윈오보 광산은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으로, 2023년 기준 연간 12만 톤을 생산한다. 이 방식은 지표면을 파내 광석을 추출하며, 대규모 장비와 저렴한 노동력(평균 임금 1만 위안/월)을 활용한다. 광석은 몬자이트와 바스트네사이트로, 네오디뮴과 세륨이 풍부하다. 둘째, 용출 채굴(in-situ leaching)은 장시성에서 주로 사용된다. 이 방식은 암석에 황산암모늄 같은 화학용액을 주입해 희토류를 녹여 추출한다. 2022년 중국의 용출 채굴 비율은 약 40%로, 비용은 톤당 2,000달러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광석 1톤을 채굴하면 2,000톤의 폐수와 1톤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바오터우 호수 주변은 폐수로 오염되어 농업이 불가능해졌으며, 암 발병률이 10년간 15% 증가했다.
채굴 후 정제 과정도 복잡하다. 광석은 분쇄, 부유선광, 화학 침출을 거쳐 산화물로 변환된다. 예를 들어, 네오디뮴은 황산과 염산으로 분리되며, 1kg 생산에 10kg의 화학 폐기물이 나온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노동자 1인당 연간 50톤의 산화물을 생산하며, 미국(5톤)보다 효율이 높다. 하지만 환경 비용은 막대하다. 2023년 중국의 희토류 정제 공정은 전 세계 관련 CO2 배출의 60%를 차지했다. 이러한 환경 부담에도 중국은 낮은 인건비와 느슨한 규제로 경제성을 유지하며, 2022년 희토류 수출액 7억 6,315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제한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충격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조치는 환경과 윤리의 딜레마를 던진다. 서방 국가들이 자국 채굴을 늘리려 해도, 높은 환경 기준과 비용(톤당 5,000달러 이상)은 걸림돌이다. 베트남이나 호주는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중국의 기술 우위(정제 90%)를 따라잡기 어렵다. 반면, 중국 내 오염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친환경 산업의 성장을 저해한다. 희토류는 탄소중립의 열쇠지만, 그 채굴은 역설적으로 환경을 파괴한다.
중국의 희토류 지배력은 전략과 희생의 결과다. 그들은 자원을 무기로 삼아 세계를 흔들지만, 그 이면에는 오염된 땅과 노동자의 건강이 있다. 수출제한은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협상력을 높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체 기술과 공급망 다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희토류에 달려 있지만, 그 미래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의 가치를 재정의해야 한다. 이 광물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기술, 환경, 그리고 인간의 선택이 얽힌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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