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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트럼프 1기 미중 무역전쟁: 시장의 충격과 회복의 여정

by carlos del tor 2025.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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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과 대형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막을 열었다. 이 조치는 단순히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한 방편이라기보다는,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전략인 ‘중국 제조 2025’를 견제하고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정조준한 전략적 선언이었다. 불과 두 달 후, 3월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각각 25%, 10%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면서 관세 부과의 외연이 확대되었다. 그 시점까지는 시장의 반응이 비교적 제한적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점차 뚜렷해지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018년 중반, 특히 6월과 7월은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실제 경제 변수로 시장을 강타한 시기였다. 미국은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고, 그중 340억 달러 규모의 관세가 7월 6일부터 실제로 발효되었다. 중국도 이에 맞서 동일한 규모로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첨단 기계류, 전자부품, IT 기기를 포함한 수많은 품목이 대상에 포함되었고, 이는 제조업 기반이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적인 기업들에게 곧바로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갈등이 격화되면서, S&P 500뿐 아니라 나스닥도 본격적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018년 8월까지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10월 이후 급격한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특히 10월~12월 동안 나스닥은 약 23%가량 하락하며 강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들은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제조공급망과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에 따라 급격한 매도세에 시달렸다.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저점을 찍었다. S&P 500은 장중 2.7% 하락하며 당시까지의 최저치를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6,192선까지 밀리며 2017년 중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 저점은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단 하루를 쉬고 12월 26일, 양 주요 지수 모두 강한 반등을 보였으며 나스닥은 하루에만 5.8% 상승하는 기록적인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는 명백한 기술적 반등, 즉 ‘데드캣 바운스’로 간주되기도 했지만, 이후 나스닥은 조정 없이 빠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9년 초, 무역협상 관련 낙관론이 일부 확산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점차 호전되었다. 연준 또한 2018년까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에서 후퇴하여 ‘인내심 있는 접근’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했고, 이는 시장의 리스크 선호도를 되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S&P 500은 2019년 4월 말 전고점을 회복했고, 나스닥 역시 4개월 만인 4월 26일경 8,146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다시 말해, 나스닥은 저점 형성 이후 단 4개월 만에 완전한 V자 회복을 이룬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이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무역 갈등이 실물 경기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벗어나 미국 국채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8년 10월의 3.2% 수준에서 2019년 초에는 2.6% 이하로 빠르게 하락했다.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와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의 일시적 역전은 경기 침체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졌으며, 이는 연준의 정책 선회에 결정적인 배경이 되었다.

이 시기의 나스닥 반등은 단순히 기술주의 재평가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중국의 보복 관세 발표와 미국의 협상 연기 등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시장은 어느 순간부터 점차 ‘최악은 지났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나스닥을 구성하는 기업들이 단기 실적보다 장기 비전과 혁신성장에 더 많은 기대를 받는 만큼, 무역전쟁이 만들어낸 실물 충격보다는 유동성과 기대심리가 더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미국과 중국은 이른바 ‘1단계 무역합의’를 발표하며 공식적인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이 합의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확대,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환율 조작 자제 등의 내용을 포함했고, 미국은 일부 예정된 관세 인상을 유예하거나 철회하기로 했다. 시장은 이 합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나스닥은 12월 말 사상 최고치인 8,972포인트로 연말을 마감했다. 12월 24일의 저점 대비 약 45%가 넘는 상승이었다.

이 모든 흐름은 관세라는 단일한 정책 도구가 단기적으로는 극심한 변동성을 초래하지만, 정책 대응(통화완화), 기업의 체력, 투자자의 기대심리에 따라 그 충격을 회복하거나 극복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나스닥의 경우, 글로벌 기술주가 어떻게 무역 구조 속에서도 꾸준한 혁신을 바탕으로 회복세를 주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입증했다. 무역정책, 금융정책, 실적전망, 심리요인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맞물리며 시장을 움직이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지수마다 차별화된 흐름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 사례가 바로 2018~2019년의 미중 관세전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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