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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관세의 칼날과 금리의 무게: 트럼프의 반도체 정책이 미국 국채시장에 미칠 파장

by carlos del tor 2025.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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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4%에 도달한 지금,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팽팽한 긴장 속에 놓여 있다. 국채 수익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정부의 신용에 대한 시장의 평가이며, 통화정책의 기대와 글로벌 자본 흐름의 향방을 함께 품고 있는 지표다. 그런데 이 민감한 수치 위에 다시금 무역 관세라는 외교적 칼날이 얹히려 한다.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도 ‘중국 견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특히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자주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강경한 무역정책이 다시 부활할 경우, 그것은 단순한 통상 이슈가 아니라, 미국의 국채시장 전반에 걸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되돌아보면, 그는 무역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데 탁월했다. 2018년~2019년 사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했고, 시장은 불확실성의 구름 속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을 예측하지 못한 채 방황했다. 그러나 그 시기의 국채 수익률은 지금과는 달랐다. 당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대 중반에서 움직이며, 연준의 완화 기조에 힘입어 일정한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부채 규모는 이미 GDP의 120%를 상회하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 인해 장기 국채의 수익률은 고점을 유지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 4.4%는 단순한 금리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미국 정부가 자금을 조달할 때 지불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며, 국가의 재정 건전성을 압박하는 현실적인 부담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과거와 같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관세정책을 강행할 경우, 시장은 단순히 외교적 불안을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재점화와 금리 추가 상승에 반응할 것이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리고, 이는 소비자 물가에 전가되며,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 연준이 아직 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경우, 장기 금리는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시장은 트럼프의 정책이 가져올 재정 정책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선호한다. 하지만 국채 금리가 이미 높은 지금, 재정 지출 확대는 곧 미국 정부의 채권 발행 증가를 뜻하며, 이는 다시 수익률 상승 압력으로 되돌아온다. 국채 시장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구조적 불균형에 빠지면, 수익률은 급등하고, 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키울 수 있다.

트럼프는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는 언제나 전략가였으며,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를 계산하는 데 능숙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국면에서 그는 강경한 어조를 유지하되, 실질적인 관세 부과 조치는 유보하거나 단계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즉,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위협”으로서 기능할 수는 있어도, 실제 부과에 이르기까지는 다층적인 계산이 뒤따를 것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중국을 비난하고,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는 이미지를 강화하면서도, 금융시장과의 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이중적인 딜레마에 놓여 있다. 왜냐하면 미국 채권시장이 흔들리면, 그것은 곧 미국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그 파장은 선거 승패로 직결된다.

또한 반도체는 단순한 무역 품목이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들 간의 공급망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은 미국 내에 제조 시설을 건설하거나 투자를 진행 중이고, 그 안에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 당시부터 조율된 외교적 협상이 다층적으로 얽혀 있다. 만약 미국이 반도체에 대해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 피해는 단순히 중국을 넘어 한국, 대만, 심지어 미국 기업들에게도 확산될 수 있다.

결국 지금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4.4%라는 수치는, 시장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상한선이 어디쯤인지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가 던질 정책이라는 돌 하나가 얹힐 경우, 그 돌의 무게가 채권시장을 균형에서 밀어내지 않도록 매우 정교하게 다뤄져야 한다.

트럼프는 아마도 “관세를 검토 중이다” 또는 “중국을 더 이상 놔두지 않겠다”는 식의 강경 발언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되, 실제 정책은 연준과 국채시장, 그리고 기업들의 눈치를 보며 조율할 것이다. 그는 관세를 칼처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포커 게임에서 심리전을 펼치는 카드처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지금 이 게임판에서는, 그가 잘못된 수를 놓는 순간, 미국의 재정과 통화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그 위험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트럼프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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