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공부

퍼거슨의 6대 킬러 앱과 현대 사회: 서구 문명이 만든 ‘문명의 코드’, 지금은 누가 실행하고 있는가?

by carlos del tor 2025. 4. 9.
반응형

닐 퍼거슨은 그의 저서 《Civilization(문명)》에서 서구 문명이 지난 500년간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단순한 식민지 확장이나 군사력, 혹은 유럽인의 우월함에서 찾지 않는다. 그는 역사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바라보며, 그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킬러 앱(Killer Apps)’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마치 스마트폰에 설치된 강력한 기능처럼, 어떤 문명이 이 앱들을 먼저 실행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운영했는가에 따라 역사적 성공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다.

퍼거슨이 제시한 여섯 가지 킬러 앱은 다음과 같다.
① 경쟁 시스템, ② 과학 혁명, ③ 법치주의와 재산권, ④ 현대 의학, ⑤ 소비사회, ⑥ 근면과 절제에 기반한 직업윤리.
이 여섯 가지는 16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서구 문명이 비서구 문명보다 앞서 실행했고,
그 결과 서구는 세계의 규칙을 만들고, 자본과 군사,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퍼거슨은 중요한 경고를 남긴다.
이 앱들은 더 이상 서구 문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21세기 들어 비서구 국가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이 앱들을 빠르게 ‘다운로드’하고 ‘실행’하고 있으며,
서구는 오히려 자신들이 만든 앱을 버리거나, 느슨하게 운용하며 시스템의 내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가장 명확한 사례는 중국과 동아시아다.
중국은 명확한 경쟁 시스템은 아니지만, 1980년대 이후 시장 개방과 함께 지역 간 경쟁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과학기술 혁신에 막대한 국가 자원을 투입해 인공지능, 반도체, 우주과학 등에서 서구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치와 재산권은 정치 체계의 특수성 때문에 제약은 있지만,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제한적이나마 보호 시스템을 갖췄고,
무엇보다도 ‘의학’과 ‘소비문화’, 그리고 ‘노동윤리’에서는 누구보다 강력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서구는 어떠한가?
경쟁 대신 독점, 과학 대신 정치화된 학문, 법치 대신 정치적 예외주의, 소비는 여전하지만 직업윤리는 약화되고,
시민들은 점점 ‘권리’만을 외치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퍼거슨이 말한 "문명의 백신"이 바로 킬러 앱인데, 지금 서구는 그 백신을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결국 이렇게 묻는다.
“킬러 앱을 처음 만든 건 서구였지만, 지금 제대로 실행하고 있는 쪽은 누구인가?”
문명의 지속은 기술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그 문명을 구성하는 내적 원칙을 얼마나 충실히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퍼거슨의 핵심 경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