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퍼거슨은 중국이라는 국가를 단지 ‘경제 성장률이 높은 나라’ 정도로 보지 않는다.
그는 중국의 부상을 지정학적 충돌의 새로운 중심, 그리고 서구 문명의 내적 붕괴를 가속화하는 거울로 해석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일종의 ‘전환기적 패권 충돌’로 바라보며,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기존 강대국 vs. 신흥 강대국’의 구조 속에서 매우 위험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퍼거슨은 미국을 "제국이면서도 제국임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라고 비판해왔다.
군사력, 금융, 기술, 외교 모든 측면에서 미국은 사실상 ‘글로벌 제국’이지만,
미국은 제국이 지녀야 할 책임—예컨대 지속 가능한 재정, 제도적 안정, 규범에 대한 일관된 집행—을 점점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스스로 제국이라 주장하지 않지만, 그 행동은 철저히 패권국가의 그것이다.
일대일로,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디지털 위안화, 국가 주도 기술 굴기 전략 등은 명백한 ‘글로벌 질서 도전’의 표현이다.
퍼거슨은 특히 ‘시스템 간 충돌’에 주목한다.
미국은 법치, 자유시장, 다원주의를 기반으로 한 체제이고,
중국은 당 중심의 통제 시스템, 국가자본주의, 전략적 산업 계획에 기반한 체제다.
이 둘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한 시스템이며,
이 충돌은 결국 냉전 이상의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퍼거슨은 ‘중국이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고 보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중국 역시 내부 모순이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
부채 문제, 인구 구조, 언론 통제, 정치적 경직성 등은 장기적인 리스크이며,
이로 인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외부를 견제하기 전에 내부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퍼거슨은 이 경쟁을 ‘기술과 신뢰’의 경쟁으로 본다.
중국은 기술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신뢰는 부족하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 리더지만, 정치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내부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결국 이 경쟁의 승자는 더 강한 군대나 더 큰 GDP가 아니라,
더 안정적이고, 더 신뢰받는 시스템을 가진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지금의 미국이 그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그 킬러 앱의 본질을 되살리지 못한다면,
21세기의 패권 질서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퍼거슨이 오래 전부터 역사 속에서 반복되어 온 문명의 붕괴 공식을
다시 한번 눈앞에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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