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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한다면– 글로벌 경제의 균형추는 어디로 기울 것인가

by carlos del tor 2025.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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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에서 경제는 종종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질 때, 그것은 금융 시장에서, 채권 그래프에서, 환율의 곡선 속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융 무기 중 하나는 미국 국채다. 전 세계 국가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의 막대한 규모는 곧 미국의 신용이자, 달러 패권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서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수년간 무역 흑자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 국채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디커플링이 가속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런 시나리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만약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자산 매각 이상의 충격을 일으킨다. 먼저 미국 국채 시장은 금세 요동치게 된다. 가격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급등하며, 시장 전체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진다.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이 상승하면서 재정 운용이 어려워지고, 기업과 소비자의 금융 환경 또한 경직된다. 주식시장에는 불확실성이 퍼지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긴장감 속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게 된다.

하지만 진짜 파장은, 오히려 중국 내부에서 더 크게 일어난다. 중국이 국채 매도를 위해 달러를 시장에 던질 경우, 위안화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중국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수출 중심의 제조업 경제 구조를 가진 중국은, 위안화 강세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수출 주문이 줄고, 기업은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며, 고용은 줄어든다. 실업률이 오르고, 소비는 위축되며, 결국 내수까지 악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외국 자본은 중국에서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국채 매도는 단순한 경제적 사건이 아니라 ‘중국의 의도’를 암시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중국 리스크를 회피하려 할 것이고,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자금이 유출된다. 동시에 위안화의 급등을 억제하려는 중국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고를 소모시키고,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중국 기업들—특히 대외 채무가 많은 부동산 기업이나 기술 기업들—은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달러 표시 채권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새로운 자금 조달이 막히며, 일부 기업은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는 곧 고용 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지고, 중국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실업 문제로 직결된다.

물론, 모든 업종이 똑같은 충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내수 중심의 식품, 제약, 생활소비재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가지고 있고,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반도체, 전기차, AI 산업은 오히려 정책적 지원을 통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 역시 외화 조달에 크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위기 상황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꾀할 것이며,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도 병행될 수 있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중소기업 대상 금융 지원, 자본 통제 강화 등의 조치도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진화에 불과하다. 국채 매도의 여파는 더 근본적인 신뢰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와중에 글로벌 자본은 어디로 향할까?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할 것이고, 일본 엔화나 스위스프랑 같은 통화 기반 자산에도 관심이 몰릴 것이다. 지정학적 긴장이 덜한 신흥국—예를 들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생산기지와 투자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에서도 부동산,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같은 실물 기반의 자산은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다.

결국 중국의 국채 매도는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이면서도, 동시에 중국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위험한 카드다. 한 번 꺼내들면 되돌리기 어려운 이 카드의 본질은 ‘핵 옵션’과 같다. 그래서 중국은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보유 비중을 점진적으로 조절하거나, 금, 유로화, SDR 등으로 자산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세계는 지금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경제와 안보, 외교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시대. 국채 매도라는 한 행위는 단지 투자 전략이 아니라, 국가 간의 전략적 균형과 신뢰를 시험하는 기제가 된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세계 권력 구조의 균형이 조용히 흔들리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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